[독서 감상] 대한민국사? 대한민국사. 무지했던 나.

Yerin216JOO 2025. 3. 20. 04:09

작성일 2004.11.9 조회수 조회 129

대한민국사
소설보다 재미있고 영화보다 짜릿한 역사 이야기를 전해주는 <대한민국사> 전3권 세트. 한국 사회의 현실을 치우침 없는 역사의 눈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역사서이다. 우리 안의 모순된 역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역사를 평가해야 하는지 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루한 연도와 사건의 나열로 그치지 않고,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접근함으로써 흥미로운 역사 탐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한홍구
출판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05.07.25


대한민국사 1
글쓴이 한홍구 저
한겨레신문사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나는 알았던 사실들도 되짚어 생각해보고,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 되면서 경악하였다. 고등학교에서는 전혀 배우지 못했던 사실들이 많았다. 흥미롭다기보다는 왠지 어정쩡한 기분이 드는 여러 역사 이야기들, 고등학교 때는 듣지도 못했던 이야기들.
이 글엔 크게 기억남는 이야기들만 써서 두서가 없을 수도 있겠다. 처음 듣는 중국인 학살 사건(?)이라던지, 여기 저기서 어설프게 듣긴 했지만 자세히 배우고 확실히 알진 못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회주의적 행각들이라던지, 베트남 파병을 먼저 제의한 것 등.
치가 떨리는 부분들도 있었다.
솔직히 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리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독재가 나쁘고 친일 행각이 나쁘긴 하지만 급격한 경제 성장(폐해도 심각하지만)등을 이루어 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못 먹고 못 살고 못 배운 사람들에게는 그리 나쁘게 인식되지 않았던 대통령. 인터넷 등지에서 여러 나쁜 행각들을 볼 때에도 그래도 뭔가 한 일이 있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런 생각들을 한 내가 싫어졌다. 너무나 기회주의적이고 자신의 위치와 이익을 위해 국민을 팔고, 나라를 파는 그런 사람. 특히나 한일협상(협상일까 과연?)인지 뭔 지 할 때 만주군관학교에서 어떤 지위에 있었던 사람을 불러 달라고 해 큰 절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이 사람이 과연 자존심, 생각, 자주성이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너무 싫어졌다.
그리고 내가 싫어졌다. 역사의 왜곡과 그 역사의 진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상황.
그 외에도 베트남 전이라던지, 하는 것들. 베트남 전에 관한 글을 읽을 때엔 무서워졌다. 국민을 팔아 넘기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미국이 힘든 상황인데 우리가 돈을 많이 요구하면 너무 그렇지 않느냐 하는 대목에서도 화가 났다. 미국이 우리의 시민들에게 저지른 행각들, 도와주는 척 하면서 실상은 우리의 고혈을 빨아먹고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윤리성이라고는 없는 그런 행각들은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일까? 예전엔 단지 박정희가 독재자였었기 때문에 싫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인간 박정희에 대한 모멸감이 밀려왔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국방의 의무에 관한 내용들을 읽으면서는..
얼마 전까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 나라는 분단국이니까 한창 청춘을 군대에서 썩히는 게 너무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국방의 의무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이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국방의 의무는 당연한 것이라고 치자. 하지만 우리 나라의 군인들은 너무나 푸대접을 받고 있다. 오늘 군대에서 휴가 나온 선배에게 들었는데 한 달 봉급이 이만원 좀 넘는다고 하였다. 정말 너무 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옆에 앉아 있던 군대에 갔다 온지 좀 되는 선배가 군대 많이 좋아진 거야 우리 땐 만 얼마였어. 라고 얘기하시는데 갑자기 우리 나라의 군인들이 더 안타까워지고 우리 나라의 현실과 군인에 대한 처우에 대해 짜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책을 보니 대만의 사병들은 한 달에 사십만원 가량의 봉급을 받는다고 되어있었다. 우리 나라가 대만보다 그렇게 못 살고 무지한 나라인가? 그건 아닐 터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에 대한 우리 나라의 태도는 왜 그런가? 꿈꾸는 청춘들을 데려다가 하루 종일 삽질이나 타이어 나르기나 시키면서 인재들을 썩히고 있다. 나라에 인재가 없다 없다 하면서 소중한 인재들을 삽질이나 시키면서 썩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군대 간 선배들이나 다녀온 선배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하기를, 군대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이렇게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개다. 그 것도 길에서 쓰레기를 줏어 먹고 잘 데가 없어서 이리 저리 방황하는 똥개다.' 라고. 군대생활이 얼마나 힘이 들고 인간답지 못하면 이렇게 이야기할까? 이런 생활을 돈 몇 푼 주면서 의무라고 강요하는 우리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그리고 반미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후천성 반미결핍증. 나는 요즈음의 세대라서 그런지 크게 와 닿진 않았다. 나 자신도 미국을 싫어하고, 내 주변에서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본 적이 없기에. 하지만 우리 나라 늙은 아저씨들의 행각을 보면 우리 나라의 정계는 친미파로 이루어진 미국의 국회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다가 우리 나라 아저씨들은 왜 이리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지. 자기 아들은 병역비리로 군대 안 보내면서 우리 나라의 젊은 사병들은 이라크로 속속 보내고 있다. 베트남 참전 때보다는 자유의사가 많이 반영된다고 하지만 크게 다른 점을 나는 잘 못 느끼겠다.
아, 그리고 베트남 전에서 우리가 한 일들은 각 개인 사병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 것은 우리 나라가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떳떳하게 얘기하고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가 당한 일들은 데모를 해서라도 드러내고, 거센 의견들이 빗발치는데 어찌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관대한 것일까?
내가 책을 읽으면서 심하게 흥분한 사건들은 대충 이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무지를 한탄하고, 경악하였다. 모르기 때문에 역사에 대해 별 생각없이 얘기하고, 점점 더 무지하고 생각없는 소시민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이런 상처 입은, 상처 준 역사들이 주는 교훈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역사를 사는 우리들이 우리 역사의 곪고 아픈 데를 씻어내고 다독이며 새 살이 잘 돋을 수 있도록 올바른 지식과 사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새로운 생각을 가지도록 도와준 이 책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