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의 철새들
- 주예린 지음
동그란 망원경 안에서 철새들이
알을 깨부수고 있었다
겨울이면 전망대 망원경 너머로 날아들던 철새들
눈이 내리지 않는 남쪽 마을 얼지 않는 겨울을 좋아했던
저수지의 푸른 물풀 사이로 망원경을 향해 손 흔들던
나무 바닥 낡은 전망대 시리게 불어오던 철새들의 날개바람
저수지 옆 신축 아파트 잠들 줄 모르던 불빛 소음
역 앞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죽은 아이를 찾아달라며
울던 여자처럼 아파트의 불빛 아래 철새들은 울었다
철새들이 뽑아버린 깃털들이 저수지를 메워갔다
깨진 알들의 끈적거리는 눈물이 저수지를 뒤덮었다
대학생 때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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