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 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
- 마로니에 「칵테일 사랑」 중에서



캠퍼스 커플; Lovesick~You don't know~

 

                                                                                                                 - 주예린 지음

 

 


예린은 학생회관 앞 벤치에 앉아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우울할 때는 맛있는 게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이라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던 「자기 앞의 생」의 모모를 떠올리며.

"예린아 뭐 하니?"
"공강 시간인데 오빠들이 같이 밥 먹자고 기다리라 하셔서요."
"그렇구나."
"오빠는 식사하셨어요?"
"아니."
남준은 예린의 옆에 앉아서 그냥 담배를 피웠다.
'나도 같이 밥 먹으러 가고 싶은데.'
학생회관 앞 플라타너스가 바람에 흔들리며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여 물결 같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오빠도 같이 밥 먹으러 가실래요?"
"난 배가 별로 안 고파서."
"그러시구나."
예린은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단발머리가 봄바람에 가벼이 흔들렸다.
"예린아!"
복학생 두 명이 다가왔다.
"형은 여기서 뭐 하세요?"
"그냥 공강 시간이야."
"저희 밥 먹으러 갈 건데 형 식사하셨어요?"
학교 다니면서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학생회관 메뉴는 비빔밥과 뚝배기불고기, 김치찌개였다.
예린은 비빔밥 식권을 샀다. 남준은 뚝배기불고기 식권을 샀다.
"형 저희 밥 좀 사 주시지."
"오늘 내가 사기로 했었잖아."
예린과 남준이 식판을 집어들다 말고 가만히 복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저희 당구 내기 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밥 사 주는 거거든요. 이 새끼한테 밥 사 주고 싶지 않은데."
복학생 둘이 나란히 앉고 예린과 남준이 나란히 앉았다. 그저 묵묵히 밥을 먹었다.
"형 저희 엠티 갈 건데 형도 가실래요?"
'웬 엠티? 복학생도 엠티를 가나?'
'형들 가면 불편한데, 이 자식은 눈치가 없어.'
복학생 한 명이 다른 복학생을 흘겨보았다.
"내가 무슨 엠티야."
"이번에 재학생 다 같이 엠티 가기로 했거든요."
"그래요? 전 처음 듣는데."
"오늘 아침에 정했거든."
"그래요? 언제 가는데요?"
"내일."
"그래요? 회비는 얼마예요?"
"동아리 회비로 가는 거라 돈은 안 내도 돼."
"그래요? 어디로 가는데요?"
"학교 근처."
"그렇구나. 네."
복학생 한 명이 알 수 없는 웃음을 띠었다.
"형도 같이 가시죠."

약속 시간인 일곱 시. 학생회관 앞 시계탑 앞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예린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오빠 안녕하세요?"
"다른 애들은?"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휴대폰이 없어서요."
"그렇구나."
예린이 돈이 없어서 새벽 아르바이트도 하고 고시원에 산다는 말은 들었었지만 휴대폰도 없을 줄은 몰랐다.

- More than words~
통화 연결음이 한 마디 정도 울렸다.
"여보세요. 형, 벌써 도착하셨어요?"
"벌써라니. 일곱 시에 모이자고 하지 않았어?"
"여덟 시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빨리 가겠습니다."

남준은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뽑아 예린에게 한 잔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햇살이 따스하다. 눈이 부시도록.
남준은 예린과 플라타너스 아래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편안한 느낌.
따스하고 눈부신 햇살, 얼굴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적당히 촉촉한 아침의 습기 같은 것들. 그리고 가만히 내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신입생 여자아이.

"형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야."
구형 그랜저 뒷자리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남준이 뒷자리에 끼어 타고 예린이 보조석에 앉았다.
"그런데 저희 어디 가요?"
"근처 계곡."
"네."

모두 어딘가 달리고 있어
문득 살짝 찡그린 소녀의 숨소리
손끝을 스치는 바람을 따라
라랄 라랄라 랄랄라
- 페퍼톤스 「21st Century Magic」 중에서

키 큰 나무들과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하늘, 그리고 새소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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