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국 최초의 작가, 대단하다 생각하고 축하드리지만 읽은 책도 한 권뿐인 주제에 거기에 편승해서 블로그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뉴스 덧글들을 보다가 몇 마디라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쉬는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쓴다.
3년 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한국 책 코너에서 눈에 띈 채식주의자를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돌아와 리뷰를 썼던 걸로 기억한다. 예전 블로그에 썼고 그 블로그를 없앤 터라 글이 날아가서 정확히 뭐라 썼었는지 다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강 써 본다.
책이 화제였을 때 안 읽었던 이유는, 중고등학생 때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몇 번 읽고서는 아 베스트셀러는 읽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 뒤로 화제가 되는 책은 읽은 게 거의 없다고 해야 하나 별로 없다. 베스트셀러, 대중들이 선호하는 책, 다수가 선호하는 책, 내가 읽었을 때는 별로인 책이 많았었기에. 물론 다 안 좋았던 건 아니지만 별로인 책의 비율이 높았어서 점점 더 베스트셀러는 멀리하게 되었다.
채식주의자는 그런 베스트셀러 같은 느낌은 없었고, 책의 느낌을 간단히 쓰자면, 꽤 예전에 나온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80~90년대에 나온 소설을 읽는 느낌.
책을 읽으며 의문을 품었던 점은, 채식주의자인데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부분이었고(내가 채식주의자였던 적이 아주 잠깐 있는데 유제품을 먹지 않기에 아이스크림도 안 먹었어서), 그 외에는 의문을 품게 되는 부분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뉴스 덧글들을 보다 보니,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서 덧글들을 막 썼구나 싶은 덧글들이 많아서 예전의 리뷰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을 덧붙여 써 본다.
자기가 갖고 싶다는 이유로, 가질 자격이 없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래서 갖고 싶었던 것을 억지로 가진 사람, 언니.
그런데 그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인 경우, 그 사람이 얼마나 불행해지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음으로 자신은 결코 그렇게 될 수 없기에 그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원하여서, 그래서 어쩌면 당연히도 그 대상을 평생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 대상은 평생 이해받을 수 없어서, 그 대상이 망가져 가고, 그러다 그 대상이 자신과 맞는 이와 만나게 되는 걸, 사람들은 불륜이라 하더라...
나는, 언니가 미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신은 평범이라는 틀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몰아간다.
채식주의자가 왜 미친 건가? 고기 먹으라고 소리치며 입에 고기를 쑤셔넣는 사람이 미친 사람이지. 그런 일을 당하고 분에 못 이겨 자해를 하니 사람들은 그 사람을 미친 사람이라 하더라...
내 주변에 딱 언니 같은 사람이 있었다. 길게 쓰면 쓰다가 내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고 블로그에 남 욕 쓰고 싶지 않아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다.
자기가 욕심을 부려서 남편을 그렇게 만들고, 아무도 이해해 주지도 못하면서 다 가지려고 해서(자기가 이해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랑은 애초부터 안 맞았던 사람들을 자기가 이해 못한다는 이유로 미친 사람으로 만든 사람.
자기가 애초부터 가지려 들지 않았으면 상대방이 그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말 안 통하는 사람하고 있어 보라.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그런 사람이랑 결혼을 한다면? 스트레스 받아서 진짜로 미쳐 버릴 수도 있다.
불륜? 그때라도 언니가 놔줬다면? 사랑도 아니면서 갖고 싶다는 이유로 탐을 냈던 사람, 집안... 등.
덧글창에 이상한 덧글들이 많은 이유는, 대한민국에 언니 같은 사람, 동생의 남편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일 거라는(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썼다.
책과는 관련 없는 얘기를 조금 쓰고 마무리하겠다.
1. 교회 다니는 사람이 많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평범해 보인다. 주변인에게 교회 가자고 강요를 한다. 화를 내는 건 아닌데 매주, 매일, 교회 가면 좋다고 한다. 제발 그만 하라고 나는 교회 가기 싫다고 울고 소리를 지르면, 격한 반응을 보인 상대방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다.
2. 월급이 150~200만 원 정도이면서 200~500만 원 정도의 명품 가방을 사는, 선물로 받는 사람이 있다. 자기가 가질 자격이 없는 걸 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사려면 할부(카드사에 빚 내는 거랑 같다)로 사야 하고, 선물로 받는 사람들은 돈 많은 남자친구를 그러려고 사귀어서 받든지 평범한 남자친구를 반협박해서 받아내든지 하던데, 어느 쪽이든 분수에 안 맞는 걸 원하는 거고, 명품 가방은 물건이니 이 가방이 주인 잘못 만나 불행하다 느낄 일은 없겠지만서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은 세태를 보며 나라가 정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루쉰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남자가 여자를 돈으로 사고 팔 때 여자는 단지 남자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중화민국 초에 듣자니 상해의 최신 유행은 기생에서 시작하여 첩의 무리들에게 전해지고, 다시 부인 며느리, 딸들에게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들 규방의 여인네들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생들과 경쟁하는 꼴이 되며 그들도 몸치장에 온힘을 쏟게 되고 남자의 마음을 끄는 모든 것으로 치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장의 대가는 물질적 정신적인 측면에서 아주 톡톡히 치러진다.
ㅡ 루쉰 '여성과 국난' 중에서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노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저) (0) | 2025.02.25 |
---|---|
2024.9.13.금. 지난 겨울에 봤던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1) | 2025.02.18 |
[독서] 김제동 「그럴 때 있으시죠?」 (0) | 2025.02.18 |
2025.2.11.아침. RYULIBBO (0) | 2025.02.11 |
[백문백답] 2025년 1월 19일. (0) | 202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