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낙엽을 타고.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알마 포이스티, 주시 바타넨.  개봉. 2023.12.20.
 

지난 겨울 교토 살 때 회원 등록해 놓은 단관 영화관에서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별전을 하길래 가서 봤던 영화이다. 특별전을 한다길래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누구지 하고 찾아봤더니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감독이었다. 이름이 어려워서 잊어버렸을 뿐. (공부는 안 하고 낮에는 소설 읽고 밤에는 영화, 만화 봤던 고교 시절... 그 정성으로 공부를 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갔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나중에서야 많이 했었으나, 그 당시에는 가스나가 대학은 가서 뭐 하노 공장 가서 돈 벌어서 시집이나 가면 그만이지-라는 아버지 말을 곧이 곧대로 들었었기에. 담임한테도 전 대학 안 갈 건데요 자습 빼 주세요 그랬었으니까. 대학에 가야겠다 결심한 건 고 2 겨울방학 때쯤이었는데 그때도 내가 대학에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공부보다 방황을 더 많이 했었다. 진짜 결심한 건, 고 3 가을쯤이었다. 밤에 음악방송 보다가 엄마한테 고 3이 텔레비전 본다고 두들겨맞고서 이 집을 떠야겠다 그러려면 무조건 대학에 가야겠다 멀리 멀리... 생각했었지. 그리고 난 돌고 돌아 여기 와 있고. 뭐 그래.)

이 감독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고 네 편 정도 봤는데, 다 슬프면서 따스하고 따스하면서 슬프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그래도 따스함이 더 큰 영화였다.

내가 살면서 나도 연애하고 싶다고 느낀 영화가 진짜 드문데 이 영화가 그런 영화였다. 중경삼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 정도이려나. 중경삼림은 내가 왕비가 아니고 내 주변에 양조위가 나타날 리가 없고 나타나도 날 만나 줄 리가 없어서 뭐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설레는 영화였고(중경삼림의 양조위를 보고 안 설렐 수가 있을까마는) 나도 아내가는 현실적인 느낌이지만 영화를 봤을 때가 내가 중학교 졸업할 무렵이었어서 내 얘기다 싶은 영화는 아니었는데 이 영화는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작품 배경이 정말 현실적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마트에서 일하다가 잘린 여주인공(나도 잘린 적이 있다. 캐셔 일도 했었지만 그건 대학 때 알바여서 내가 관둔 거였는데 판촉 알바를 하다가 이제 필요 없다며 문자 해고 통보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외에는 잘린 적이 한 번인가?)이 알코올 중독이었으나 자기 때문에 술을 끊은 남자랑 이어지는 내용이다.

노동자의 사랑 이야기이고 너무 현실적(일 잘리고 돈이 없어서 난처해지는 등)인데 로맨틱하다.

그게 너무 좋았다.

뭐 같은 현실 속에서도 로맨틱할 수 있다는 게.

 

대시 받은 적이 내 인생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변태는 많이 만나 봤다. 그걸 대시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를 모르겠다. 사랑받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쓰고 나서 고백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냥 후배고 동생이라고밖에 생각을 안 했어서 잊고 있었나 보다.

얘랑 사귀면 너무 좋겠다 생각하며 설렜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좋아는 했지만 사귀고 싶지는 않았던 적이 많은 듯. 외모가 귀엽다거나 목소리가 좋다거나 나한테 잘해 준다거나 등의 이유로 좋기는 한데 사귀면 안 맞을 것 같은...이라기보다 외모에 대한 막말을 너무 많이 듣고 너 같은 애를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서 누구랑 사귀고 싶다는 걸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가 없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내가 나한테 막말한 사람들의 취향이 아니었을 뿐인데.

나를 자기 걸로 만들려고 했던 인간은 거지발싸개 같은 변태개잡종 인간 쓰레기였고, 사귀어 보려고 생각했던 인간은... 쓰레기였다.

가끔 다가오는 사람들은 고백도 안 하면서 성적인 눈빛만 보내는 변태 같은...?

결국 이 나이 먹도록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 남자친구라는 존재를 가져 본 적이 없다.

난 로맨틱한 연애가 하고 싶은데, 하면서도 생각만 종종 할 뿐이지 꿈은 꾸지 않는다.

그렇지만 종종 생각한다. 세상 어딘가에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나랑 잘 맞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