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태양을 삼킬 때
- 주예린 지음
해가 바다로
스며든다
바다는 햇빛 사이로
빨려들어간다
타오르기만 하던 붉던 해는 바다를 덥히며 빛줄기들을 거둬들이고
검푸르던 바다는 코끼리를 집어삼킨 사자의 혈관 속을 헐떡이며 내달리는 짙고 검붉은 피보다도 붉게 더 붉게
붉고 뜨겁게
바다가 태양을 집어삼키고
태양이 바다를 빨아들이면
빛도 어둠도 없는
찰나이자 영원
짙은 보랏빛
꿈틀거리는 동맥
작은 짐승들의 커다란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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